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지속 중인 상황에서 전파력이 더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면서 자칫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델타 변이는 백신 접종 효과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유행 확산 시 자칫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에서 유래한 델타 변이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급속히 확산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미 신규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 감염자인 것으로 분석됐고, 포르투갈의 경우도 리스본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의 6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는 2주마다 델타 변이 감염자가 배로 증가하면서 감염자 비중이 20%까지 오른 상태입니다.
이들 국가를 포함해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델타 변이가 확인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델타 변이가 아직 우세종은 아닙니다.
국내의 경우 '주요 4종'(영국·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변이 검출률은 39.6% 정도로 전체 변이 감염자의 84.8%가 '알파 변이'(영국 변이)이고, 8.5%가 델타 변이입니다.
아직 델타 변이의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지난 4월 입국자 중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 9명이 처음 나온 뒤 지속해서 늘어 현재 190명으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여기에다 감염자 접촉 등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된 사례 66건까지 더하면 사실상 델타 변이 감염자는 256명으로 늘어납니다. 산술적으로 첫 사례가 보고된 지 2개월 만에 28.4배 증가한 것입니다.
델타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에 주요 변이가 두 개(E484Q, L452R) 있어 '이중 변이'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 세포로 침투하기 때문에 이 단백질 유전자의 변이가 바이러스 감염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델타 변이는 먼저 유행이 시작된 알파 변이처럼 전파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 바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알파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강해 실내에서는 60%, 실외에서는 40% 정도 전파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델타 변이는 '베타 변이'(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와 '감마 변이'(브라질 변이)와 같은 부위에 변이가 있어서 현재 개발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 방대본의 설명을 보면 델타 변이는 화이자 백신으로 87.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59.8%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비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 91.3%, 81.5%에 비해서는 낮은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델타 플러스 변이'까지 보고돼 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전날 새로운 변이인 델타 플러스 변이(AY.1 또는 B.1.617.2.1)가 보고됐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 델타 플러스(AY.1) 변이의 전파력과 관련해 "감염자 옆에서 걷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습니다. 델타 플러스 변이는 델타 변이에서 한 단계 더 변이를 거친 것으로 전염력이 더욱 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델타 플러스는 지금까지 인도와 영국·미국·러시아·포르투갈·스위스·네팔, 중국과 일본 등 9개국에서 발견됐습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보고돼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23일(현지시간)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인도 최고 의료기관인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 란딥 굴 레리아 소장은 "델타 플러스의 전염력은 매우 높다"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자 옆에서 걷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굴 레리아 소장은 구체적인 데이터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인도에선 델타 플러스의 강한 전염력에 대한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 보건부 산하 코로나19 연구 연합체인 'INSACOG'는 "델타 플러스 변이는 폐 세포와 더욱 쉽게 결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INSACOG는 델타 플러스의 정확한 특성 파악을 위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인도 국립 바이러스연구소(NIV)의 프라야 야다브 박사 역시 "델타 플러스는 전염성이 더욱 강하고, 폐 세포 결합 능력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의주시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델타 플러스의 모태 격인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3배가량 높고, 알파(영국발) 변이 대비 전염력이 60%가량 강합니다. 그런데 델타 플러스는 이보다 전염력이 더 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도 NDTV에 따르면 23일 기준 영국에선 델타 플러스 감염 사례가 41건, 인도에선 40건으로 파악됐습니다. 인도 보건 당국은 이날 델타 플러스를 '관심 변이'에서 '우려 변이'로 격상했습니다. 인디아투데이는 24일 마디아 프라데시주에서 델타 플러스에 감염된 첫 번째 사망 사례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델타 플러스가 백신 접종이나 감염을 통해 얻은 항체를 회피할 수 있을 가능성입니다. 인도 최고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샤히드 자밀 교수는 "델타 플러스는 이전 감염으로 얻은 면역력과 백신 접종으로 생긴 면역력 모두를 회피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감염된 적 있는 사람이 또 감염될 수 있고,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밀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델타 플러스는 델타 변이에 더해 베타(남아공발) 변이에 나타난 'K417N' 변이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베타 변이는 알파나 델타 변이보다 백신을 훨씬 잘 회피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베타 변이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모더나 백신 등의 예방 효과가 다른 변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또 델타 플러스는 치료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밀 교수는 "K417N' 변이는 단일 클론(clone) 항체 치료제의 효과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이 변이를 보유한 델타 플러스 역시 이 치료법이 잘 듣지 않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이 치료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게 투입해 효과를 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염력·치명률 등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만큼 델타 플러스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소속의 샤생크 조시 박사는 "델타 플러스에 대해 공포를 가질 정도로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있지 않다"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을 잘 지키고,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델타 플러스 변이는) 현재 흔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델타 변이 가운데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델타 등 변이는 전파력이 더 높았기 때문에 더 높은 공중 보건 위험으로 남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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