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를 해킹 공격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트위터로 비트코인에 대한 글을 연이어 올려 가상화폐 시세를 급등·급락시킨 일론 머스크의 언행이 많은 이들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지 시각) 어나니머스가 유튜브에 '일론 머스크에게 보내는 어나니머스 메시지'라는 영상을 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인터넷에 유포된 영상에서 어나니머스 측은 머스크에게 “지난 수년간 억만장자 중에서도 가장 호의적인 여론을 누려 왔지만, 최근 네가 신중하게 만들어온 이미지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제 사람들은 널 관심에 목마른 또 다른 나르시시스트 졸부로 볼뿐”이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또 “세상을 구하겠다는 네 사명은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우월감과 구원자 콤플렉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넌 소셜 미디어에서 똥을 싸고 세상을 갖고 놀며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유일한 CEO”라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제 테슬라 수익의 대부분이 실제로 차를 판매한 데서 오지 않고, 정부 보조금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대체 에너지 개발을 통한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이 테슬라의 주 수입원이라는 것입니다.
어나니머스는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네 혁신을 통해 발전하는 게 아니다”라며 “왜냐하면 넌 진정한 테슬라 창립자가 아니고, 그저 너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 두 명에게서 회사를 사들였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테슬라는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 닝이 창업했고, 머스크는 2004년 투자자로 참여한 후 CEO가 돼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테슬라는 수년간 차를 판 것보다 지난 몇 달간 비트코인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렸고, 이 비트코인은 아마 정부 보조금으로 사들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네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의존도를 낮추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그래야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한 정부 보조금이 테슬라에게 계속 지원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넌 테슬라의 주요 수입원이 위협받는 것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트위터에 쓴 글의 댓글들을 보면, 네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친 장난이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해 버렸다”며 “넌 이걸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왜냐하면 넌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산물인) 에메랄드 광산에서 훔친 자산 속에서 태어난 당신은 이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세계 노동계층의 대다수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머스크의 아버지는 남아공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광산을 소유했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끝으로 “이번 주 네 트윗은 평범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조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꿈이 네 난동으로 인해 물거품이 돼 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너는 네 백만 달러짜리 맨션 중 한 곳에서 밈으로 그들을 계속 조롱하고 있다”며 “너는 네가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하겠지만, 이제 상대를 잘못 만났다”라고 영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물론, 투자자들은 투자의 위험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며 가상화폐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주 당신(머스크)의 트윗들은 일반적인 노동자에 대한 경시를 명확히 드러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당신이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는 통에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꿈을 청산했지만, 그동안 당신은 수백만 달러 저택에서 밈(meme)으로 이들을 조롱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머스크는 어나니머스 메시지에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나니머스는 2006년 ‘해커 활동가’(hacktivists)를 표방하며 결성된 집단입니다. 세계 전역에서 익명의 구성원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어나니머스는 부정부패, 인터넷 검열, 종교 비리, 증오 단체, 극단주의 테러세력, 공권력 남용 등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지난해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경찰·지자체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가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끝에 교도소에서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행각을 유출시키는 등 정부의 부정부패나 공권력 남용을 해킹으로 견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고 영상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조직 구성이 불분명한 익명 집단을 가장해 누군가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어나니머스의 일원임을 자처하며 한국 정부에 해킹 공격을 가하겠다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지만, 경찰 수사 결과 동영상을 올린 이들은 해킹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국 중·고등학생이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전날 트위터에 헤어지는 연인의 대화가 담긴 이미지와 '#Bitcoin' 해시태그, 비트코인을 나타내는 아이콘, 반으로 갈라진 하트 이모지를 함께 올렸습니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머스크가 비트코인채굴협의회(Bitcoin Mining Council)를 지지한 이유는 시장을 '중앙집권화'하고 자신의 통제하에 두기 위해서라고도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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