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일을 겨우 두 달 남겨놓은 도쿄올림픽의 운명이 기구합니다.
당초 예정대로였다면 벌써 1년 전에 치러졌어야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 코로나 19 때문에 한 해가 미뤄졌습니다. 1년 지나면 괜찮겠지 했지만 코로나라는 복병은 그렇게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1년 후인 지금 코로나는 오히려 작년보다 더 강해져 도쿄올림픽은 강행이냐 취소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습니다.
한때 8000 명선까지 육박하던 일본 전체 확진자수가 긴급사태 선언 발령 이후 5000~6000명 선으로 떨어졌지만, 언제 다시 치고 올라올지 안심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게다가 확진자 절반 이상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고,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5~16일 실시한 일본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올림픽을 취소(43%)하거나 재차 연기(40%) 해야 한다는 의견이 83%나 달했습니다. 우익들이 점령했다고 하는 일본 최대포털 야후 재팬조차 올림픽 관련 기사 인기 댓글들은 정부의 대응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압도적입니다. '올림픽 취소' 청원에는 열흘 남짓만에 무려 40만 가까운 사람들이 찬성 의사를 밝혔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연일 일본의 코로나 확산 상황과 일본 정부의 무기력을 질타하며 도쿄올림픽 취소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고, 해외 각국 선수단이 감염을 우려해 일본 지자체의 사전 훈련캠프를 취소한 사례가 45곳을 넘습니다.
이런 가운데 개최국인 일본 정부나 개최도시인 도쿄도, 그리고 도쿄올림픽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취소'나 '재연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IOC와 일본 정부가 잇달아 강행 의지를 밝히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22일 낸 성명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도쿄올림픽이 드디어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며 올림픽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올림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어느 정도의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취소못하는 이유
도쿄도를 포함해 일본 9개 지역에 긴급사태가 선포될 정도로 코로나 19 확산이 심각한데도 IOC와 일본 정부가 대회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도쿄도가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IOC와 맺은 '개최도시 계약'에는 IOC가 대회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IOC는 전쟁이나 내란, 보이콧, 금수조치 또는 교전, 또는 참가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등에 계약을 해제하고 대회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
계약서에는 이어서 도쿄올림픽조직위도 '합리적인 계약 변경을 고려하도록 IOC에 요청할 수 있다'라고 돼있어 마치 일본 측도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비칩니다. 그러나 그 뒤에 '계약 변경은 IOC에 대해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 재량은 IOC에게 일임돼있다'는 단서가 붙어있습니다. 조직위가 대회 취소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그 결정은 IOC가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다시 말해 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경우 취소를 결정하는 모든 권한은 IOC에 있고 개최도시는커녕 조직위에도 권한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일본 정부나 도쿄도, 조직위 등 일본 측은 계약상 올림픽을 취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합리적입니다.
또한 계약에는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의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규정돼있습니다.
IOC가 만족할 만큼 시정되지 않는 경우 IOC는 개최도시, 조직위 등에 의한 대회의 조직을 즉시 취소하며, 모든 손해배상 및 그 외 이용 가능한 권리와 구제를 청구하는 IOC의 권리를 해하지 않고 즉시 계약을 해제하는 권리를 갖습니다.
미국 기업간 계약에 밝은 변호사의 분석을 빌려 "이 조항은 IOC가 일본 측에 대해 갖고 있는 손배배상금 청구권, 또는 다른 모든 법적 권리 또는 구제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즉 도쿄 도와 일본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을 취소하는 경우, IOC는 일본 측에 대해 무한적인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계약에 그런 조항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IOC가 손해배상을 요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변호사는 계약의 원문을 찾아본 결과, 문안의 톤이 "이상하게 엉성하다"며 "IOC가 실제로 무한책임을 지울 생각이었다면 보다 강권적인 문안을 넣어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IOC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남겨놨지만, 실제로 요구할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라고 풀이했습니다.
실제로 만약 IOC가 일본 측에 엄청난 손해배상을 요구했을 경우, 향후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하는 나라나 도시는 없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보는 해외 언론도 많습니다.
그러나 IOC가 올림픽을 강행하려고 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습니다. 또한 IOC가 손해배상을 반드시 청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습니다.
지난 15일 영국의 공영방송 BBC은 "올림픽을 취소할 권한은 개최 도시가 아닌 IOC에 있다"며 "코로나 19의 세계적 유행이 참가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는 것 역시 IOC의 고유 권한"이라고 보도했습니다.
BBC는 그러면서 "만에 하나 IOC가 대회를 취소할 경우 막대한 액수의 보험금을 받겠지만, 올림픽 관련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에서 나오는 손실은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림픽 강행의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20일 자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 측이 물어야 할 최소 배상액으로 방영권료 15억 달러(1조 6905억 원)를 들었습니다. 이 금액은 IOC 총수입의 3/4에 해당합니다.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사정에 의한 취소이므로 IOC가 그리 쉽게 일본 측에 배상을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수입 대부분을 잃게 되면 IOC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어떻게든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IOC는 코로나 사태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경기단체, 특히 마이너 종목의 단체들에 주는 배분금 때문에 올림픽을 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이 모든 걱정과 계산은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주중 도쿄도의 신규 확진자수는 600명 전후. 우리나라 전체 확진자수와 비슷합니다. 일주일 전의 854명보다는 확실히 줄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도쿄의 대규모접종센터는 다른 사람 이름을 넣어도 예약이 될 정도로 엉망이고, 중증자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오사카는 의료 붕괴 직전에, 마라톤이 열리는 홋카이도도 확진자수가 사상 최고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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