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이미 지난 1년 새 1%포인트(P) 가까이 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압력이 갈수록 커지면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이례적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80%를 넘어선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등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무섭게 불어날 전망입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96∼4.01% 수준입니다. 이는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해 0.97%P나 높아진 것입니다.
비교 기준이 된 지난해 7월의 경우, 같은 해 3∼5월 한국은행이 불과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75%P(1.25→0.50%)나 낮춘 뒤 그 영향이 은행 대출 금리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던 때였습니다.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4대 은행의 현재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2.62∼4.13% 입니다. 역시 지난해 7월 말(2.25∼3.96%)보다 최저금리가 0.37%P 올랐습니다. 특히 주담대 금리 가운데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이른바 ‘혼합형(고정금리)’의 경우 금리 상승 폭이 더 컸습니다. 혼합형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2.17∼4.03%에서 현재 2.92∼4.42%로 상단과 하단이 각 0.75%P, 0.39%P 뛰었습니다.
은행권 대출 금리는 경기 회복에 따른 시장 금리(지표 금리) 상승을 비롯해,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한 은행들의 자체적 금리 상향 조정 등의 영향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우선 신용대출 금리는 주로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지표로 삼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0.761%에서 이달 20일 현재 1.205%P로 1년 새 0.444%P 올랐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릅니다. 코픽스는 쉽게 말해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됩니다.
은행권이 지난 18일부터 적용한 7월 기준 코픽스는 0.95%(신규취급액 기준)로, 작년 7월(0.81%)과 비교하면 1년 새 0.14%P 상승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1.277%에서 20일 현재 1.840%로 0.563%P나 뛰었습니다.
곧 한은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런 지표금리와 그 지표금리를 따르는 은행 대출금리의 상승 속도는 모두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대출 급증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대출 규제도 은행 대출 금리를 계속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 대출 금리는 기준(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거래실적 등을 반영한 우대금리를 많이 받을수록 가산금리는 낮아집니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후부터 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그간 신용대출 등의 우대금리 폭을 0.5%P 이상 크게 깎았습니다.
더구나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최근 "기존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 경향은 더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예를 늘어 NH농협은행은 17일부터 거래실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기존 0.8%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0.3%포인트 낮췄습니다. 결과적으로 금리를 0.3%포인트 올린 셈입니다.
KB국민은행도 지난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높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관리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단순히 코픽스 상승 폭 정도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이상 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리는 갈수록 빠르게 오르는데, 금리 인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은 늘고 있습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은 18.5%로, 5월(22.0%)보다 비중이 3.5%P 줄었습니다. 새 가계대출의 81.5%가 변동금리를 따른다는 뜻입니다. 이런 변동금리 비중은 2014년 1월(85.5%) 이후 7년5개월 만에 최대 기록입다. 지난해와 2019년 신규 가계대출 기준 변동금리 평균 비중(63.8%, 53.0%)과 비교하면, 불과 1∼2년 사이 20∼30%P 뛴 셈입니다.
신규 대출이 아닌 현재 남아있는 가계대출 가운데에서도 변동금리 대출은 72.7%나 차지합니다. 가계대출 전체 잔액 기준 6월 고정금리 대출 비율은 27.3%로, 2014년 9월(27.2%) 이후 6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이런 금리 인상의 여파는 특히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담대·신용대출 등 개인대출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합니다. 소득분위별 이자 증액 규모는 ▲1분위 5000억원 ▲2분위 1조1000억원 ▲ 3분위 2조원 ▲ 4분위 3조원 ▲ 5분위 5조2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5분위 고소득층을 빼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셈입니다. 같은 경우 코로나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000억원이나 커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이 추산 역시 작년 4분기 말 통계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이나 최신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불어날 수 있습니다.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롯데백화점 동탄점 보안직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2천명 전수조사 (0) | 2021.08.22 |
---|---|
삼성 갤폴드3·플립3 판매량 작년 폴드2 10배 전망 흥행 성공 (0) | 2021.08.22 |
태풍 '오마이스' 경로 23일 오후 전남 남해안 상륙 위기경보 1단계 (0) | 2021.08.22 |
한국 노바백스 4000만회분 계약 WHO 긴급사용 승인 신청 노바백스 백신 특징 장점 부작용 (0) | 2021.08.22 |
미국 아프간 피란민 수용지로 한국 등 미군기지도 검토 (0) | 2021.08.22 |
댓글